솔직히 저는 이 드라마를 처음에 그냥 예쁜 여름 배경 드라마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류호존과 왕안우 조합이 궁금해서 클릭했는데, 막상 보고 나니 제가 예상한 것과 꽤 달랐습니다. 단순히 청량한 여름 배경에 두 사람이 자연스럽게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가 아니었거든요. 오해와 어색함으로 시작해서 여름의 습도처럼 천천히 뜨거워지는 감정선, 그게 이 드라마의 핵심이었습니다.

매미 소리와 비 오는 도시, 이 드라마가 시작되는 방식
그 여름의 열애는 2025년 5월 28일 현지에서 방영을 시작했고, 한국에서는 채널차이나를 통해 같은 해 8월 17일부터 볼 수 있게 됐습니다. 제가 직접 챙겨보면서 처음 느낀 건, 배경 자체가 이 드라마의 감정을 절반 이상 책임지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비가 잦은 남방 도시의 후텁지근한 공기, 매미 울음 소리, 그 사이에서 서로를 탐색하는 두 사람의 거리감이 꽤 잘 맞아떨어졌습니다.
드라마의 미장센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미장센이란 화면 안에 담기는 배경, 조명, 인물의 위치 등 시각적 구성 전체를 뜻하는 영화·드라마 연출 용어입니다. 이 드라마는 특히 여름 특유의 과포화된 색감과 창문 너머로 스며드는 빛을 잘 활용했는데, 제 경험상 배경이 이렇게 감정을 직접 받쳐주는 드라마는 생각보다 많지 않았습니다.
주인공 쉬즈가 처음 천루저우를 만나게 되는 계기도 특이합니다. 같은 반 친구에게 빌려준 행운 목걸이를 돌려받으러 갔다가 우연히 창문 너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발걸음을 멈추게 되는데, 그 목소리가 몇 년 전 돌아가신 엄마의 목소리와 신기할 정도로 닮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설정이 처음엔 조금 작위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쉬즈라는 인물의 감정적 배경을 이해하고 나면 오히려 자연스럽게 읽혔습니다.
드라마는 이처럼 인물들의 상처와 결핍을 여름이라는 계절 안에 조용히 녹여놓는 방식을 씁니다. 쉬즈는 수험생활을 막 끝낸 직후 엄마를 잃은 상실감을 아직 끌어안고 있는 인물이고, 천루저우 역시 겉으로는 수석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지만 어머니와의 관계에서 상처를 갖고 있는 인물로 그려집니다. 완성된 두 사람이 만나는 이야기가 아니라, 서로 빠진 구석이 있는 두 사람이 여름 안에서 조금씩 채워지는 이야기라고 느꼈습니다.
쉬즈와 천루저우, 이 두 사람의 캐릭터 조합이 핵심이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류호존이 연기한 쉬즈는 제가 흔히 봐왔던 중국 청춘 드라마의 여주 공식에서 꽤 벗어난 인물이었습니다. 수동적으로 기다리거나 오해받고 혼자 삭히는 스타일이 아니라, 자기가 원하는 게 생기면 직접 다가가고 밀어붙이는 인물입니다. 천루저우의 어머니를 만나겠다는 목적 하나로 목걸이 찾기를 부탁하고, 밥을 사겠다며 함께 식당에 가고, 메신저를 추가하자고 먼저 손을 내미는 장면들을 보면서, 이 여주는 확실히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반면 왕안우가 연기한 천루저우는 프로타고니스트, 즉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중심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반응형 캐릭터로 그려집니다. 프로타고니스트란 서사에서 사건을 주도하거나 변화의 중심에 놓이는 인물을 가리키는 용어입니다. 천루저우는 쉬즈의 적극적인 접근에 철벽을 치면서도 서서히 마음이 흔들리는 구조인데, 그 흔들림이 공부 잘하는 완벽한 남주의 이미지와 대비되면서 오히려 더 입체적으로 보였습니다.
두 사람의 케미스트리도 눈에 띄었습니다. 쉬즈가 오토바이 뒤에 천루저우를 태우고 달리는 장면은 이 드라마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장면인데, 어디다 손을 놔야 할지 모르는 천루저우의 어색함이 그의 감정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걸 말보다 더 잘 보여줬습니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두 주인공의 감정 변화 흐름을 정리해보면 대략 이렇습니다.
- 쉬즈는 천루저우에게 처음부터 남자로서 관심이 없었고, 오직 그의 어머니를 만나겠다는 목적으로 접근합니다.
- 천루저우는 반대로 쉬즈가 자신에게 호감이 있다고 확신하며 혼자 기대감을 키워갑니다.
- 바에서의 장면에서 그 오해가 완전히 뒤집히면서 천루저우는 자신이 이미 마음을 빼앗겼다는 사실을 뒤늦게 인식하게 됩니다.
- 쉬즈는 여전히 목적을 향해 달리는 중이고, 두 사람의 감정 온도차가 다음 전개의 주요 동력이 됩니다.
이 구조 덕분에 흔한 밀당 로맨스와는 결이 조금 달랐습니다. 쉬즈가 밀당을 하는 게 아니라 그냥 목적이 다를 뿐이고, 천루저우가 오해를 쌓아가는 쪽에 가깝습니다. 이 역전된 구도가 이 드라마를 다른 청춘 로맨스와 구별되게 만드는 지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다만 이 드라마는 큰 사건이나 강한 갈등보다 감정선 위주로 흘러가는 편이라, 멜로·로맨스 장르 중에서도 느린 호흡의 슬로우 번 계열에 가깝습니다. 슬로우 번이란 두 인물의 감정이 초반부터 폭발하지 않고 오랜 시간 천천히 쌓여가는 서사 방식을 가리키는 용어입니다. 빠른 전개에 익숙한 분이라면 중반부에 다소 잔잔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건 솔직히 인정해야 할 부분입니다.
이 드라마, 어떤 사람에게 맞고 어떤 사람에게는 안 맞을까
제가 직접 챙겨보면서 든 솔직한 생각은 이렇습니다. 이 드라마는 분위기 드라마입니다. 매 화 큰 사건이 일어나거나 강렬한 반전이 있는 구성이 아니라, 여름이라는 계절감과 두 인물의 감정 온도가 천천히 올라가는 과정을 따라가는 방식입니다. 그래서 이 드라마가 잘 맞는 사람과 아닌 사람이 꽤 명확하게 나뉜다고 봅니다.
긍정적으로 평가받는 지점은 배우들의 비주얼과 두 사람의 케미, 그리고 영상미입니다. 남방 도시의 여름 풍경과 감성적인 연출이 더해져 보는 맛이 있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반면 주연 배우 류호존의 일부 장면 연기에 대해 어색하다는 의견도 있었는데, 이전 출연작에서도 비슷한 지적이 있었던 만큼 연기 스타일에 대한 호불호가 갈릴 수 있습니다.
류호존은 키스신 찍기를 거부한다는 얘기가 많이 나올 정도로 애정신에 대해서 의견이 많았습니다. 이번 작품에서도 키스신이 나올 때 각도를 다르게 해서 보여준다거나 하는 방식으로 남자주인공과의 서사에서 방해가 될 정도다 하는 의견들이 많았습니다.
내러티브 구조 면에서는 다소 아쉬운 부분도 있었습니다. 내러티브란 사건들이 연결되어 이야기를 이루는 방식을 뜻하는데, 청춘 로맨스 특유의 반복적인 오해와 밀당 구간이 중반부에 집중되면서 답답함을 느낄 수 있는 구간이 존재합니다. 제 경험상 이런 구간은 한 번에 몰아서 보면 오히려 흐름이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경우가 있어서, 주 1~2회 정기 편성보다는 몰아보기에 더 잘 맞는 드라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여름의 열애는 완성도 높은 대작 드라마라기보다, 여름이라는 계절과 잘 어울리는 드라마라고 정리하고 싶습니다. 사랑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의 어색함, 상대가 신경 쓰이기 시작하는 그 미묘한 감각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꽤 맞을 작품입니다. 고등학교 시절 첫사랑과 대학에서의 재회라는 두 축이 어떻게 이어지는지도 기대가 됩니다. 청춘 로맨스 특유의 설렘이 그리울 때, 한번 찾아보실 만한 드라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