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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드라마 '백일제등' (진비우, 디리러바, 판타지로맨스, 선협)

by gromit_in 2026. 5. 21.

판타지 고장극을 볼 때마다 항상 비슷한 걱정이 앞섭니다. '또 선협물 공식 아닐까?' 저도 처음 백일제등을 접했을 때 그랬습니다. 디리러바와 진비우 조합이라는 소식에 호기심이 생겼지만, 동시에 '인간 남주와 강한 여주가 만나는 익숙한 구도겠지'라는 선입견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보니 그 예상이 꽤 많이 빗나갔습니다.

 

 

 

귀왕 하사모, 어떤 캐릭터인가

백일제등의 세계관은 삼계, 즉 인간계·영계·연계로 나뉩니다. 삼계란 동아시아 판타지 장르에서 자주 쓰이는 세계 구분 방식으로, 산 자의 세계와 죽은 자의 세계, 그리고 그 경계를 다스리는 영역을 뜻합니다. 그 연계의 주인이 바로 주인공 하사모입니다.

하사모는 단순히 강한 귀왕이 아닙니다. 귀왕이란 망자들의 세계를 통치하는 최고 존재를 가리키는 말로, 보통 고장극에서는 위협적이고 차가운 반동 캐릭터로 자주 등장합니다. 그런데 이 작품의 하사모는 조금 다릅니다. 오감을 잃어버린 채 수백 년을 살아온 존재라는 설정이 붙어 있습니다. 오감을 느끼지 못한다는 건 결국 살아 있으면서도 아무것도 경험하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저는 이 설정이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강하지만 쓸쓸하다는 건 고장극에서 흔한 조합이긴 합니다. 그런데 '400년 동안 맛도, 온도도, 감정도 모른 채 살아온 존재'라고 구체적으로 설정해 놓으니, 캐릭터의 무게가 달라졌습니다. 전쟁터에서 시신이 산을 이뤄도 아무런 감흥이 없고, 아이를 구해달라는 애원을 들어도 논리적으로만 반응하는 하사모의 모습은 단순히 '차가운 캐릭터'가 아니라 오래된 결핍을 가진 인물로 읽혔습니다.

디리러바가 이 역할을 맡았다는 소식에 일부에서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감정 표현이 강한 배우가 무감각한 존재를 연기한다는 게 어색하게 보였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막상 방영이 시작되자 분위기가 바뀌었습니다. 붉은 옷을 입고 교활한 미소를 지으면서도 다음 순간 냉정하게 돌아서는 장면들, 감정이 없는 척이 아니라 진짜로 감정이 없는 사람처럼 연기하는 디리러바의 방식이 꽤 효과적이었습니다. 이 캐릭터에 '제대로 맞는 옷을 입었다'는 평이 나오는 게 납득이 됐습니다.

 

디리러바와 진비우, 케미가 쌓이는 방식

진비우가 연기하는 단서는 파만검의 주인입니다. 파만검이란 하사모가 수백 년째 찾아 헤매던 검으로, 그녀의 오감을 되찾아 줄 열쇠라는 설정입니다. 그런데 정작 그 검을 가진 사람이 전장에서 활약하는 젊은 장수라는 게 하사모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운 일입니다.

처음에 두 사람의 관계는 서로를 이용하려는 구도에서 시작합니다. 하사모는 파만검을 회수하기 위해 단서에게 접근하고, 단서는 그녀를 군의 책사로 활용하려 합니다. 책사란 전략과 계책을 세우는 참모를 뜻하는데, 날씨를 예측하고 전장의 흐름을 꿰뚫는 하사모의 능력이 군사 전략에 활용되는 구조입니다.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이 케미를 쌓아가는 방식이 조금 특이합니다. 이 작품에서는 달달한 장면보다 서로를 시험하고 탐색하는 장면이 먼저 쌓입니다. 단서가 하사모에게 색을 구분하는지, 맛을 느끼는지 은밀히 시험해 보는 장면이나, 하사모가 단서의 수명을 확인하고도 냉정하게 '죽을 운명'이라 판단하는 장면들이 그렇습니다.

저는 이 부분이 오히려 두 사람의 관계를 더 흥미롭게 만든다고 생각했습니다. 처음부터 설레는 로맨스보다, 서로가 평범하지 않다는 걸 알아채가는 과정이 더 촘촘하게 묘사됩니다. 회차가 쌓일수록 케미가 살아난다는 반응이 나오는 것도 이 구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천천히 쌓이는 방식입니다.

다만 이 드라마는 로맨스만 기대하고 보면 다소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영계 사건, 군사 전략, 전장 묘사가 로맨스와 함께 전개되기 때문입니다. 영계란 사후 세계나 귀신들의 영역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이 작품에서는 하사모의 본체가 인간 몸에 깃들어 활동하면서 영계와 인간계를 오가는 구조가 핵심입니다. 이 세계관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은 초반 몇 화를 보면서 설정을 파악하는 데 집중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판타지 고장극으로서의 백일제등, 어떻게 볼 것인가

판타지 고장극이란 전통 의상과 배경을 기반으로 한 시대극에 판타지 요소를 결합한 장르를 뜻합니다. 최근 중국 드라마 시장에서 가장 활발하게 제작되는 장르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백일제등은 그 안에서도 인간과 귀왕의 수명 차이, 오감의 결핍, 결주인이라는 운명적 연결 장치를 핵심 소재로 씁니다. 결주인이란 하사모의 오감을 연결해 줄 운명적 상대를 가리키는 드라마 내 용어입니다.

이 설정을 좋아하는 분들과 그렇지 않은 분들이 갈릴 수 있습니다. 운명적 인연, 전생 설정, 수명 차이로 인한 이별 예감 같은 요소들은 판타지 로맨스의 전형적 장치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장치들이 너무 익숙하다고 느끼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저도 솔직히 처음에는 '또 운명 설정인가' 싶은 순간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백일제등이 조금 다르게 느껴진 건, 하사모의 감정 결핍이라는 설정이 단순한 쿨한 캐릭터 연출이 아니라 서사 전반에 걸쳐 실제로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아래는 이 드라마를 볼 때 체크해두면 좋은 관전 포인트입니다.

  1. 하사모가 처음으로 감정에 가까운 반응을 보이는 순간이 언제인지 확인하기
  2. 단서가 파만검을 얻게 된 경위가 어떻게 밝혀지는지 주목하기
  3. 두 사람이 서로를 시험하다가 신뢰로 전환되는 장면 포착하기
  4. 하사모의 본체와 빌린 인간 육신이 각각 어떻게 반응하는지 비교하기

텐센트 비디오에서 방영이 완료된 이 작품은 현지 반응도 긍정적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특히 캐릭터 행동의 논리가 일관되게 유지된다는 점, 조연 캐릭터들도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각자의 동기를 갖고 움직인다는 점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고장극 장르 특성상 스타일링에 대한 의견이 갈리는 경우가 있는데, 진비우의 스타일링이 디리러바에 비해 아쉽다는 반응도 일부 있긴 합니다. 그렇지만 세계관을 이해하고 나면 두 사람의 조합이 생각보다 잘 맞는다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백일제등은 달달한 로맨스를 기대하기보다, 서로 다른 시간 속에 사는 두 존재가 조금씩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에 집중할수록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귀왕이라는 설정, 오감의 결핍, 전장을 배경으로 한 판타지 세계관이 낯설지 않은 분들이라면 충분히 몰입할 수 있는 드라마입니다. 디리러바와 진비우 조합이 어울릴까 고민 중인 분들이라면, 일단 초반 몇 화를 지켜보시길 권합니다.

현재 한국에서는 중화TV에서 6월 1일에 방영 될 예정이고, OTT 스트리밍은 티빙에서 방영예정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Os1iz_X3gkg&list=PLqvc0lUUmm96t3kYmDG8pAtStkeT0NkGN&index=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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