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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드라마 '사사니온난아' (린이, 청춘 휴먼 로맨스, 가족)

by gromit_in 2026. 5. 19.

솔직히 저는 이 드라마가 그냥 청춘 로맨스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린이와 이란적이 주연이라는 것만 보고 가볍게 볼 수 있는 달달한 연애물이겠거니 했는데, 내용을 알고 난 뒤에는 재생 버튼을 누르기까지 꽤 오래 망설였습니다. 가장 빛나야 할 나이에 루게릭병 진단을 받는 남자 주인공이라는 설정이, 보기도 전에 이미 마음 한켠을 무겁게 눌렀기 때문입니다.

 

 

 

첫인상: 달달한 청춘물인 줄 알았습니다

처음에 이 드라마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순전히 배우 때문이었습니다. 린이와 이란적이 함께 나온다는 소식에 큰 기대 없이 챙겨보려 했는데, 막상 줄거리를 찾아보고는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다는 걸 바로 알았습니다.

드라마는 충칭을 배경으로 시작합니다. 대학교 인턴 면접장에서 처음 제대로 마주친 린퉈와 안즈췌는 사실 그 전날 만두 가게에서 이미 스쳐 지나갔던 사이였습니다. 린퉈가 아무 말 없이 남은 만두를 전부 사버리던 장면, 그 어색하고 따뜻한 첫 만남이 이 드라마의 전체 분위기를 압축하고 있는 것 같아서 인상적이었습니다. 면접장에서 안즈췌의 휴대폰 벨소리가 울렸을 때 린퉈가 아무 말 없이 먼저 일어나 사과를 하고 나가던 장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 정도면 안 반하는 게 이상한 거라는 말이 절로 나올 만했습니다.

전반부의 로맨스 코드는 꽤 잘 짜여 있었습니다. 로맨스 코드란 두 인물이 자연스럽게 가까워지도록 설계된 서사 장치를 말하는데, 만두 가게에서의 우연, 인턴 면접의 재회, 같은 회사 지원이라는 우연들이 억지스럽지 않고 리듬감 있게 이어졌습니다. 직접 겪어보니 이런 구성이 허술하면 금세 피로해지는데, 이 드라마는 두 사람이 친해지는 과정이 꽤 자연스럽게 느껴졌습니다.

안즈췌가 엄마 대신 수십 가지 아르바이트를 해왔다는 설정도, 린퉈가 부모님 허락 없이는 여행도 못 가봤다는 이야기도 그냥 배경처럼 흘러가지 않았습니다. 두 사람이 서로의 현실을 조금씩 보여주는 방식이, 설렘보다 먼저 신뢰를 쌓아가는 느낌이었습니다.

 

루게릭병이라는 현실: 드라마가 달라지는 순간

그리고 그 신뢰가 쌓여갈 즈음, 드라마는 방향을 바꿉니다. 린퉈의 루게릭병진단이 등장하는 순간입니다. 루게릭병이란 근육을 움직이는 신경세포가 서서히 손상되는 희귀 신경계 질환으로, 점진적인 근위축과 마비를 동반하며 현재까지 완치 방법이 없는 질병입니다. 루게릭병은 전 세계적으로 인구 10만 명당 약 2~3명에게 발생하는 희귀 난치성 질환으로, 진단 후 평균 생존 기간이 2~5년 수준에 불과한 중증 질환입니다.

제가 이 장면을 보면서 가장 먼저 든 감정은 "아, 이 드라마가 그런 드라마구나"가 아니라 "이 나이에 이걸 마주한다는 게 얼마나 무서울까"였습니다. 린퉈는 막 취업을 준비하고, 처음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고, 인생이 막 시작되는 시점이었습니다. 그 타이밍이 너무 현실적으로 아프게 다가왔습니다.

드라마에서 루게릭병을 다루는 방식이 저는 꽤 마음에 들었습니다. 신경퇴행성 질환이라는 무게를 감성적 장치로만 소비하지 않고, 병을 마주한 사람과 그 곁에 있는 사람 모두의 내면을 따라갔습니다. 린퉈가 무너지는 장면도, 안즈췌가 흔들리는 장면도 억지로 눈물을 끌어내려는 것처럼 보이지 않아서 오히려 더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이 드라마를 보기 전에 주목했던 점들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1. 루게릭병이라는 소재가 청춘 로맨스와 어떻게 결합되는지
  2. 린이가 건강한 청년에서 병을 진단받은 인물로 변화하는 연기를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지
  3. 이란적이 단순한 헌신적 연인이 아니라 자기 자신도 버텨야 하는 사람으로 그려지는지

직접 보고 나서 세 가지 모두 기대 이상이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특히 린이의 연기는 예상보다 훨씬 깊었습니다. 가볍고 명랑한 청춘물에서 주로 보았던 배우라서 걱정이 있었는데, 그 걱정이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추천 전에 알아두면 좋은 것들

이 드라마는 중국 드라마 특유의 감성 서사방식을 잘 따르고 있습니다. 감성 서사란 인물의 감정 변화를 촘촘하게 따라가면서 시청자가 자연스럽게 감정 이입하도록 유도하는 서술 방식을 뜻합니다. 그래서 전반부의 풋풋한 로맨스가 후반부의 묵직한 감정을 받쳐주는 기반이 됩니다. 처음부터 질병 드라마로 들어가지 않고 두 사람이 가까워지는 과정을 충분히 쌓아두었기 때문에, 후반부의 감정이 더 세게 다가왔습니다.

다만 솔직히 말하면, 이 드라마는 사람에 따라 꽤 소모적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질병 서사가 중심에 놓이는 작품은 감정 소비가 크기 때문에, 보고 나서 무겁게 처져 있는 시간이 생깁니다. 

뻔하다는 반응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치유와 희망이라는 결말 방향이 어느 정도 예측된다는 시각이 있는데, 저는 그게 꼭 단점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결말보다 그 과정이 어떻게 그려지느냐가 더 중요한 장르이고, 이 드라마는 그 과정에서 충분히 할 말을 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안즈췌가 사랑받는 인물이 아니라 사랑을 선택하는 인물로 그려진다는 점이, 제게는 이 드라마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느껴졌습니다.

사사니온난아는 왓챠, 웨이브, 티빙에서 시청할 수 있습니다.

사사니온난아는 설레는 드라마를 찾는 분보다, 사랑이 무엇을 감당하는 일인지 생각해보고 싶은 분들께 어울리는 작품입니다. 린이와 이란적의 다른 작품이 궁금하다면 린이 주연의 허,국왕재동면, 이란적 주연의 조설록도 함께 찾아보시길 권합니다. 같은 배우가 전혀 다른 결을 가진 작품들에서 어떻게 달라지는지 비교해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Wtp8ZpSDptY&list=PLqvc0lUUmm96t3kYmDG8pAtStkeT0NkGN&index=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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