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처음 삼분야를 클릭했을 때는 별 기대가 없었습니다. 장빈빈과 우치엔이라는 조합이 낯설게 느껴졌고, 첫사랑 재회에 오피스 로맨스라는 설정은 이미 수십 번 본 구도였으니까요. 그런데 막상 보기 시작하니 단순한 달달함 이상의 무언가가 남았습니다. 일과 사랑, 그리고 두 사람의 성장이 조용히 같이 달리는 드라마였습니다.

장빈빈과 우치엔, 낯선 조합이라 더 궁금했습니다
저도 처음엔 이 두 배우가 어울릴까 싶었습니다. 장빈빈은 특유의 차분하고 지적인 이미지가 강한 배우고, 우치엔은 상대적으로 밝고 에너지 넘치는 느낌이라 둘이 한 화면에 있으면 온도 차가 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런데 직접 겪어보니 오히려 그 온도 차가 이 드라마의 케미스트리, 즉 두 배우 사이에서 발생하는 감정적 교감의 핵심이었습니다.
장빈빈이 연기하는 쉬옌스는 안경을 올릴 때 중지를 쓰는 습관 같은 작은 디테일 하나하나에서 인물의 깊이가 느껴졌습니다. 의도한 건지 배우 본인의 습관인지 모르겠지만, 그런 사소한 버릇이 캐릭터를 살아있는 사람처럼 보이게 만든다는 걸 이 드라마에서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우치엔이 연기하는 샹위엔도 재벌 상속녀라는 설정이 주는 거리감을 게임에 진심인 덕후 기질로 상쇄시키는데, 이런 캐릭터 설계가 두 사람의 관계를 억지스럽지 않게 이어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우치엔의 이번 역할이 상속녀라 드라마상에서 패션을 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텐센트(Tencent) 플랫폼 오리지널로 제작된 32부작 드라마인데, 방영 전 공지 없이 기습적으로 공개된 탓에 초반 화제성은 크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팬들 사이에서 빠르게 입소문이 퍼진 건 결국 두 배우의 안정적인 연기력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오피스 로맨스라고만 보기엔 아까운 성장 서사
삼분야의 원작은 이동(移動) 투자 플랫폼에서 연재된 동명 소설입니다. 원작 소설이 디지털 투자 플랫폼에서 인기를 얻은 작품이라는 점은, 이 드라마가 단순한 로맨스 이상의 서사를 담으려 했다는 맥락을 짐작하게 합니다. 실제로 드라마를 보면 로맨스는 전면에 있지만, 뒤에는 꽤 구체적인 직장인의 현실이 깔려 있습니다.
샹위엔이 도산 위기에 처한 서안의 자회사를 맡아 처음부터 낯선 환경과 부딪히는 장면들이 생각보다 눈에 들어왔습니다. 단순히 능력 있는 여주가 문제를 척척 해결하는 게 아니라, 처음엔 어색하게 넘어지면서도 조금씩 배우는 과정이 담겨 있어서 더 자연스럽게 공감이 됐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성장 서사가 로맨스보다 더 오래 기억에 남는 경우가 많거든요.
쉬옌스 역시 직장 내 부당한 처우와 현실적인 벽에 부딪히면서도 항공 내비게이션 개발자라는 꿈을 포기하지 않는 인물입니다. 특히 이 드라마의 배경이 되는 북두항법시스템, 즉 중국이 독자적으로 개발해 운영 중인 위성항법시스템과 GPS 기술 개발이라는 소재가 쉬옌스의 꿈을 단순한 설정이 아닌 실제 산업의 맥락 안에 놓이게 합니다.
다만 솔직히 말하면, 직장 서사와 기술 분야의 현실이 드라마 안에서 아주 깊이 파고든다는 느낌은 적었습니다. 로맨스에 비해 회사 문제나 기술 개발의 디테일은 배경 역할에 머무는 경우가 많아서, 이 부분을 기대하고 봤다면 조금 아쉬울 수 있습니다.
클리셰는 분명히 있습니다, 그래도 볼만한 이유
이 드라마의 설정이 아주 새롭다고는 말하기 어렵습니다. 학창 시절의 짝사랑, 오랜 시간이 지난 뒤 같은 직장에서의 재회, 능력 있는 남주와 밝고 성장하는 여주의 조합은 중드 로맨스 팬이라면 이미 여러 번 봐온 플롯 구조입니다. 이 드라마도 그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이 드라마를 끝까지 볼 수 있었던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 두 주인공이 과거의 감정에만 머물지 않고, 현재 각자의 삶 안에서 관계를 다시 쌓아가는 방식이 설득력 있게 그려집니다.
- 샹위엔이 '부잣집 상속녀'라는 표면적인 설정에 갇히지 않고, 스스로 문제를 마주하고 해결하려는 모습을 통해 주체적인 인물로 느껴집니다.
- 장빈빈과 우치엔의 케미가 억지스럽지 않아서, 두 사람이 가까워지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집니다.
- 달달한 장면들이 과하지 않게 배분되어 있어, 로맨스가 부담스러운 분들도 큰 거부감 없이 볼 수 있는 템포를 가지고 있습니다.
로맨틱 코미디, 즉 사랑과 유머를 결합한 장르의 공식에 충실하면서도, 그 안에 성장 서사를 얹으려 한 시도는 충분히 유효했습니다. 중국 현대극 로맨스 드라마의 트렌드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오피스 로맨스 장르는 단순한 연애 서사보다 직업적 성장과 자아실현을 함께 다루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출처: China Daily).
장빈빈 팬이라면 한 번쯤, 중드 입문자에게도 나쁘지 않습니다
이 드라마가 대단한 완성도를 가진 작품이라기보다 '보는 동안 즐거운 드라마'에 가깝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서사적 완결성, 즉 이야기가 얼마나 정합성 있게 시작과 끝을 맺는가를 기준으로 보면 특별히 뛰어난 작품은 아닙니다. 하지만 부담 없이 켜놓고 볼 수 있고, 두 사람이 서로를 향해 조금씩 가까워지는 장면들이 소소하게 마음을 건드립니다.
장빈빈 팬이라면 이 드라마에서 그의 연기 폭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캐릭터 설계가 워낙 섬세하게 되어 있어서, 대사 한 마디보다 표정 하나에서 더 많은 감정이 전달되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중드 로맨스를 처음 접하는 분들에게도 진입 장벽이 낮은 편이라 추천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다만 새로운 이야기를 기대하거나 직장 현실을 깊이 파고든 서사를 원하신다면, 기대치를 조금 낮추고 보시는 편이 더 편하게 즐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달달함과 성장 서사를 동시에 원하는 분들에게 가장 잘 맞는 드라마라고 생각합니다.
삼분야는 거창한 메시지보다는 조용하고 따뜻한 여운을 남기는 드라마입니다. 보고 나서 뭔가 대단한 여운이 남는 건 아니지만, 보는 동안 기분 좋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제 역할을 하는 작품이었습니다. 장빈빈의 드라마가 궁금하셨던 분들이라면 한 번쯤 시작해보시기를 권합니다. 현재 웨이브, 티빙을 통해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