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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드라마 '우리가 만난 겨울' (재폭설시분, 오뢰, 조금맥, 핀란드 촬영, 로맨스 감성)

by gromit_in 2026. 5. 1.

로맨스 드라마를 고를 때 배경이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해 본 적 있으신가요? 저는 솔직히 별로 따지지 않는 편이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만난 겨울'을 보고 나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핀란드 헬싱키의 폭설 속에서 시작되는 이 드라마는, 배경 자체가 이야기의 절반을 한다는 걸 처음으로 실감하게 해준 작품이었습니다.

 

 

 

핀란드 헬싱키, 배경이 드라마를 완성한다

'재폭설시분'은 중국 작가 묵보비보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입니다. 한국에서는 티빙을 통해 '우리가 만난 겨울'이라는 제목으로 서비스되고 있습니다. 드라마가 공개되기 전부터 화제가 된 이유가 있었는데, 바로 중국 현대 로맨스 드라마로는 드물게 핀란드 헬싱키 현지에서 대규모 촬영을 진행했다는 점이었습니다.

로케이션 촬영이란 스튜디오 세트가 아닌 실제 장소에서 촬영하는 방식을 뜻합니다. 실제로 처음 몇 화를 보면서 이게 왜 중요한지 바로 느꼈습니다. 창문을 두드리는 진짜 폭설, 진짜 추위에 움츠러드는 배우들의 몸짓, 핀란드 특유의 낮고 차분한 건물 사이를 걷는 장면들.

이건 세트장에서 절대 만들 수 없는 질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드라마는 눈보라가 몰아치는 헬싱키에서 갈 곳 없이 떠돌게 된 인궈(조금맥)와 동생 멍샤오텐이 낯선 술집에 몸을 피하면서 시작됩니다. 그곳에서 린이양(오뢰)을 만나게 되고, 그가 폭설 속에서 이 두 사람을 숙소까지 데려다주면서 인연이 시작되죠. 제가 이 첫 만남 장면에서 느낀 건 "이 남자, 분명 뭔가 있다"는 감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감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오뢰 연기, 처음 봤는데 완전히 납득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오뢰라는 배우를 이 드라마로 처음 접했습니다. 사전 정보 없이 시작했는데, 첫 화부터 "이 배우가 이렇게 잘생겼어?" 하고 멈칫했습니다. 그런데 단순히 외모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닙니다. 연기 자체가 예상 밖이었습니다.

린이양은 과거 천재 스누커(snooker) 선수였던 인물입니다. 스누커란 당구의 한 종류로, 정해진 순서에 따라 공을 포켓에 넣는 방식의 스포츠입니다. 그는 어떤 사건 이후 선수 생활을 멈추고 헬싱키에 머물고 있는 상태로 등장합니다. 이 '멈춰 있는 사람'을 표현하는 방식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말수가 적고,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눈빛으로 다 전달하는 연기. 어떤 장면에서는 너무 이상적인 남주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그게 오히려 이 드라마의 톤과 맞아떨어졌습니다.

상대역인 인궈를 연기한 조금맥의 연기도 균형을 잘 잡았습니다. 낯선 해외 도시에서 경계심을 유지하면서도 조금씩 마음을 여는 과정이 자연스러웠습니다. 린이양이 신분증을 꺼내 보여주는 장면, 멀리 돌아서 숙소까지 데려다주는 장면 같은 것들이 그냥 '친절한 남자'가 아니라 '이 사람만의 방식'으로 읽혔습니다. 두 배우의 호흡이 이 드라마의 가장 큰 무기입니다.

 

로맨스 감성, 이 드라마만의 온도가 있습니다

제가 이 드라마를 보면서 계속 느낀 게 하나 있는데, "야한 장면이 거의 없는데 왜 이렇게 설레지?"였습니다. 이건 진심입니다. 분명히 자극적인 장면 하나 없는데 심장이 자꾸 두근거렸습니다. 그 이유를 생각해 보니, 이 드라마가 텐션 빌딩, 즉 감정적 긴장감을 쌓아가는 방식에 굉장히 신경을 쓴다는 걸 알았습니다. 쉽게 말해 직접적인 표현보다 시선, 거리, 말의 여백으로 감정을 전달하는 방식입니다.

함께 지하철을 타고 돌아가는 장면, 라면집에서 자리 하나를 두고 잠깐 망설이는 장면, 문이 굳어서 손이 닿을 뻔한 순간. 이런 작은 장면들이 쌓이면서 두 사람의 관계가 만들어지는 구조입니다. 빠른 전개나 강한 갈등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다소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 점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 방식이 오히려 현실적인 연애의 감각과 더 가깝다고 생각했습니다.

두 주인공이 단순히 서로에게 반하는 것을 넘어 각자의 과거와 꿈을 조금씩 공유하며 가까워지는 점도 좋았습니다. 인궈 역시 자기 분야에서 꾸준히 노력하는 선수 캐릭터라 두 사람의 관계가 더 단단하게 느껴졌습니다. 캐릭터 설정 자체가 로맨스를 뒷받침하는 구조였습니다.

참고로, 드라마 속 스누커 장면과 관련해 실제 스누커 경기 규정이나 경기 방식이 궁금하신 분들은 세계스누커협회(World Snooker) 공식 사이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제가 특히 좋았던 장면들을 꼽자면 이렇습니다.

  1. 폭설 속 술집에서 처음 만나는 장면: 낯선 외국 도시, 갈 곳 없는 상황, 그리고 묘하게 믿음직한 낯선 남자의 조합이 완벽했습니다.
  2. 린이양이 신분증을 꺼내 보여주는 장면: 말 대신 행동으로 신뢰를 만드는 방식이 린이양 캐릭터다웠습니다.
  3. 라면집에서 자리를 선택하는 짧은 망설임: 사소한 장면인데 두 사람의 거리감이 그대로 보였습니다.
  4. 샤오우의 조언대로 옷을 갈아입고 고민하는 장면: 설레는 사람의 심리를 너무 솔직하게 보여줘서 웃음이 났습니다.

완주 팁, 마지막 몇 화는 마음을 비우는 것이 답입니다

좋은 말만 하면 거짓말이 되니까 솔직하게 말씀드립니다. 이 드라마는 후반부, 특히 중국으로 배경이 넘어가고 올림픽 준비와 관련된 서사가 들어오면서부터 분위기가 많이 달라집니다. 중국 현대극에서 자주 보이는 애국주의적 서사, 즉 개인의 이야기보다 국가적 목표나 사명을 강조하는 방식의 스토리 전개가 후반에 집중됩니다.

헬싱키에서 조심스럽게 쌓아 올린 감성이 그 구간에서 꽤 많이 흔들렸습니다. 한 장면씩 소중하게 보던 제 감성이 순식간에 바사삭 부서지는 느낌이라고 하면 과장일까요? 과장이 아닙니다. 실제로 그랬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부분은 과감하게 스킵하면서 완주했습니다.

내러티브 구조란 이야기가 어떤 순서와 방식으로 전달되는지를 가리키는 개념인데, 이 드라마는 전반부와 후반부의 내러티브 구조가 꽤 다릅니다. 전반부는 감정선 중심, 후반부는 사건 중심으로 전환됩니다. 이 차이를 미리 알고 보시면 후반부에서 덜 당황하실 수 있습니다.

중국 현대극의 특성을 미리 이해하고 보시면 후반부 전개가 덜 낯설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결국 '우리가 만난 겨울'은 겨울 로맨스를 찾는 분들께 충분히 추천할 수 있는 드라마입니다.

전반부의 핀란드 감성, 두 배우의 눈빛 연기, 차분하게 쌓이는 설렘. 이 세 가지만으로도 시작할 이유가 됩니다.

다만 후반부는 흐린 눈 스킵 신공이 필수입니다. 티빙에서 시청할 수 있으니, 한 번 시작해 보시길 권합니다.

저처럼 예상 밖으로 몰입하게 될지도 모르니까요.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dunoDgenc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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