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과 양쯔 조합으로 방영 당시 중국 전역에서 화제를 모은 드라마가 있습니다. 바로 「친애적, 열애적(亲爱的, 热爱的)」입니다.
저도 두 배우의 케미가 유명하다는 말을 오래전부터 들었는데, 막상 보기 시작하고 나서야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 드라마를 좋아했는지 이해가 됐습니다. 달달한 로맨스를 기대하고 켰다가, 생각보다 훨씬 많은 것을 얻고 끝낸 드라마였습니다.

드라마 기본 정보
「친애적, 열애적」은 묵보비보의 「밀즙돈우어」를 원작으로 한 중국 현대 로맨스 드라마입니다. 제목의 '친애적(亲爱的)'은 사랑하는, '열애적(热爱的)'은 열정적인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앞부분은 두 주인공의 사랑을, 뒷부분은 꿈을 향해 달려가는 청춘들을 뜻하는 것으로 읽힙니다.
원작 소설의 원제인 '밀집도(蜜汁炖鱿鱼)'는 직역하면 '꿀이 오징어를 끓이다'라는 뜻입니다. 여기서 오징어는 여주인공 퉁녠의 닉네임 '꼬마 오징어'에서 따온 것으로, 달콤함에 푹 빠진 퉁녠을 비유한 제목이라고 보면 됩니다. 드라마의 배경은 CTF(Capture The Flag) 대회입니다. CTF란 사이버보안(Cybersecurity) 분야의 해킹 방어 경연 대회로, 팀이 서로의 시스템을 공격하고 방어하며 깃발(Flag)을 빼앗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쉽게 말해, IT 세계의 스포츠 경기라고 보면 됩니다.
e스포츠라는 개념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은 이 배경이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e스포츠란 전자 게임이나 컴퓨터 기반 경기를 정식 스포츠처럼 진행하는 경기 형태를 뜻합니다. 드라마에서는 한상옌이 이끄는 프로게임단 K&K가 CTF 세계 챔피언을 목표로 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이 로맨스와 함께 전개됩니다.
이현과 양쯔의 남다른 케미
솔직히 처음에는 무뚝뚝한 남주와 밝은 여주가 나오는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겠거니 했습니다. 이런 설정은 중국 드라마에서 워낙 자주 쓰이는 공식이라 큰 기대를 하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막상 보기 시작하니, 퉁녠이 한상옌에게 첫눈에 반해 온갖 방법을 동원해 위챗(WeChat) 친구 등록을 시도하는 장면부터 생각보다 훨씬 귀엽고 웃겼습니다.
한상옌을 연기한 이현이라는 배우가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차갑고 무뚝뚝하게 굴다가 퉁녠을 만나면서 조금씩 표정이 풀리는 변화를 너무 자연스럽게 표현해서, 보는 내내 "이 배우가 원래 이런 성격인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연기를 보고 배우의 실제 성격을 의심해본 건 오랜만이었습니다.
퉁녠 캐릭터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릴 수 있습니다. 너무 순수하고 엉뚱하게 그려지는 장면이 많아서 어떤 시청자에게는 유치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퉁녠이 단순히 사랑스러운 캐릭터에 그치지 않고, 컴퓨터공학 대학원생이자 온라인 가수로 자기만의 분야를 가진 인물이라는 점이 점점 드러나면서 인상이 달라졌습니다. 표면적으로 보이는 것과 실제 캐릭터 사이의 간극이 꽤 있는 인물이었습니다.
꿈과 팀워크, 이 드라마의 진짜 매력
처음에는 달달한 장면을 기대하고 보기 시작했지만, 보고 나서 더 오래 남은 건 K&K 팀원들의 이야기였습니다. 경기를 준비하고, 선수들끼리 갈등하고, 다시 뭉쳐서 나아가는 과정을 보다 보니 어느 순간 팀원 한 명 한 명에게 감정이입이 되어 있었습니다. 로맨스 드라마를 보다가 스포츠 드라마를 보는 기분이 든 것은 예상 밖이었습니다.
특히 솔로와 한상옌의 관계가 인상 깊었습니다. 10년 전 솔로 팀은 CTF 무대에서 전무했던 중국의 초석을 깔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한상옌은 노르웨이 국적까지 포기하며 중국 팀의 우승을 위해 헌신했고, 아버지가 남긴 돈을 아낌없이 투자했습니다. 그런데 솔로가 팀을 떠나면서 관계에 깊은 균열이 생깁니다. 10년이 지난 뒤에야 둘이 화해하는 장면은, 로맨스보다 오히려 더 묵직하게 느껴졌습니다.
드라마가 전달하려는 핵심 메시지를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패배했다고 꿈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 몇 번이고 실패해도 다시 일어서는 것이 청춘이다.
- 팀은 개인의 집합이 아니라, 서로의 빈틈을 채우는 관계다. K&K가 강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사랑과 꿈은 서로를 방해하지 않는다. 오히려 퉁녠은 한상옌에게 다시 경기에 집중할 이유가 되어준다.
- 오래된 감정의 앙금은 시간이 아니라, 서로가 먼저 말을 꺼낼 때 비로소 풀린다. 솔로와 한상옌의 화해가 그 증거다.
e스포츠와 사이버보안 설정이 단순히 배경 장치에 그친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실제로 전문적인 경기 전술이나 해킹 기술이 상세히 묘사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저도 이 부분은 아쉽게 느꼈습니다. 하지만 그 설정이 있기 때문에 팀워크와 꿈이라는 주제가 더 구체적으로 살아난다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최근 e스포츠를 소재로 한 동아시아 드라마 콘텐츠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MZ세대의 공감대를 자극하는 주요 소재로 분석됩니다.
아쉬운 점과 그럼에도 추천하는 이유
이 드라마를 보면서 불편했던 부분이 하나 있었습니다. 극 중 "나의 꿈은 중국이 세계 1위를 하는 것"이라는 대사나, 기술력을 설명하면서 중국의 우월함을 강조하는 장면이 간간이 나옵니다. 이른바 애국주의서사입니다. 애국주의 서사란 국가적 자긍심을 부각시키는 방향으로 내러티브를 구성하는 방식으로, 중국 드라마에서는 꽤 자주 등장하는 요소입니다. 이 부분 때문에 몰입이 흐트러지는 경우가 있었고, 저도 처음 볼 때 이 장면들이 거슬리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전체적인 내용이 워낙 탄탄하게 짜여 있어서, 이 정도는 가볍게 넘길 수 있는 수준이었습니다. 로맨스가 단순히 달달함만 강조하지 않고, 두 주인공이 각자 서툰 방식으로 서로에게 다가가는 과정을 그렸기 때문입니다. 한상옌이 처음 청혼을 시도하는 장면이나, 첫 경기 우승으로 받은 반지를 꺼내는 장면은 보는 내내 입꼬리가 올라갔습니다.
「친애적 열애적」은 무겁지 않게 보기 좋은 현대 로맨스이면서, 동시에 꿈과 팀워크를 진지하게 다룬 드라마입니다. 이현과 양쯔라는 배우의 조합이 궁금했거나, e스포츠 배경의 청춘 드라마를 찾고 있다면 한 번 시도해볼 만합니다. 달달한 장면만 기대하고 봤다가 생각보다 많은 감정을 가져가게 되는 드라마이니, 처음 몇 화를 넘기면 어느새 K&K 팀을 응원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