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드라마를 추천받을 때마다 리스트에서 빠진 적이 없던 작품이 있습니다. 바로 '투투장부주'입니다. 오빠 친구를 오래 짝사랑한다는 설정, 조로사와 진철원의 조합. 언젠가는 봐야지 하면서도 계속 미뤄두다가 넷플릭스에서 '너를 좋아해'라는 제목으로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소식에 드디어 보게 됐습니다. 보고 나서 왜 이렇게 오래 미뤘나 싶었습니다.

짝사랑 설정, 어디까지 현실적일 수 있을까
솔직히 처음에는 크게 기대를 안 했습니다. 오빠 친구를 좋아한다는 설정이 로맨스 장르에서 꽤 자주 쓰이는 클리셰라는 건 다들 아실 겁니다. 클리셰란 이미 너무 많이 사용되어 신선함이 떨어진 전형적인 설정이나 표현을 뜻합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또 비슷한 패턴이겠구나 싶었는데, 막상 보니 달랐습니다.
투투장부주에서 주인공 쌍즈가 중학교 2학년 때 오빠의 친구 돤자쉬를 처음 만나는 장면부터, 이 드라마는 단순한 설렘 그 이상을 보여줍니다. 문제아 소리를 들으며 퇴학 위기까지 겪었던 쌍즈가 돤자쉬를 만나고 조금씩 달라지는 과정은 단순한 로맨스라기보다는 성장 서사에 가깝게 느껴졌습니다. 이런 구조를 빌둥스로만(Bildungsroman)이라고 하는데, 주인공이 경험을 통해 정신적으로 성숙해가는 성장 소설 형식을 뜻합니다. 그 틀 안에 로맨스가 얹혀 있으니 훨씬 깊이 있게 다가왔습니다.
3년 뒤 고등학교 2학년이 된 쌍즈가 오빠의 기숙사 이사를 핑계로 대학교를 찾아가는 장면은 제가 직접 보면서 가장 공감이 갔던 장면 중 하나입니다. 좋아하는 사람 주변을 얼쩡거리기 위해 이유를 만들어본 적 있는 분이라면 그 마음을 바로 이해하실 겁니다. 억지스럽지 않고 너무 자연스러웠습니다. 이런 모습을 연기하는 조로사가 너무 매력적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투투장부주가 이 설정을 설득력 있게 만드는 핵심은 돤자쉬가 쌍즈를 대하는 방식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쌍즈를 함부로 대하지 않습니다. 선을 지키면서도 다정하게 챙기는 모습이 오히려 현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이것이 다른 오빠-친구-동생 설정의 드라마와 구별되는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 설정이 모든 분께 편하게 다가오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나이 차이와 관계의 구조가 처음부터 비대칭적으로 시작된다는 점에서 불편함을 느끼는 분도 있을 수 있습니다. 저도 처음에 그 부분이 걸렸는데, 드라마가 그 간극을 의도적으로 좁혀가는 방식이 나름 납득이 됐습니다.
조로사와 진철원, 캐릭터와 배우가 이렇게 딱 맞을 수 있나
제가 이 드라마를 보기 전에 가장 궁금했던 부분이 바로 두 배우의 케미스트리였습니다. 보고 나서는 "이 조합 진짜 잘 됐다"는 말밖에 안 나왔습니다.
조로사는 쌍즈라는 캐릭터와 거의 일체화된 느낌이었습니다. 쌍즈는 그냥 밝기만 한 캐릭터가 아닙니다. 어린 시절에 퇴학 위기까지 겪은 사람답게 강한 면이 있고, 좋아하는 사람을 지키고 싶다는 마음이 행동으로 드러나는 인물입니다. 조로사가 그 균형을 정말 잘 잡았다고 느꼈습니다. 단순히 귀엽고 발랄한 연기만 하는 게 아니라, 감정을 억누르거나 혼자 마음을 정리하는 장면에서도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진철원은 솔직히 제가 이전에 봤던 작품과 이미지가 꽤 달랐습니다. 그전에 봤던 필모그래피에서는 거칠거나 날카로운 인상이 강했는데, 투투장부주에서는 다정하면서도 무게감 있는 연상 캐릭터를 완전히 소화해냈습니다. 저도 모르게 '저런 오빠 같은 사람이 옆에 있으면 안 빠질 수가 없겠다'는 생각을 했을 정도입니다.
두 배우의 연기 호흡을 보면서 로맨스 장르에서 캐스팅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실감했습니다. 아래는 이 드라마에서 두 주연이 특히 빛났던 순간들입니다.
- 쌍즈가 처음으로 돤자쉬에게 선물을 건네려 했지만 끝내 건네지 못하고 돌아서는 장면 — 조로사의 표정 연기만으로 감정이 전달됐습니다.
- 돤자쉬가 쌍즈에게 과외를 해주면서 작은 약속을 지키는 장면 — 말보다 행동으로 다정함을 보여주는 진철원의 방식이 인상적이었습니다.
- 2년 뒤 노래방에서 다시 만나는 재회 장면 — 두 사람의 긴장감과 설렘이 동시에 느껴졌습니다.
로맨스 장르에서 두 주연의 연기력과 케미스트리는 내러티브(narrative), 즉 이야기의 흐름 자체를 이끌어가는 힘이 됩니다. 투투장부주는 그 힘이 강한 드라마입니다.
이 드라마, 어떤 분께 추천하고 어떤 분께는 솔직히 안 맞을 수 있는가
투투장부주를 보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이 드라마가 감정의 밀도를 아주 천천히 높여간다는 점이었습니다. 감정의 밀도란 캐릭터 간 감정이 얼마나 깊고 촘촘하게 쌓이는지를 의미합니다. 큰 사건이 터지는 방식이 아니라, 눈빛 하나, 작은 약속 하나, 지나치는 말 한마디가 쌓여서 결국 감정이 폭발하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중간에 자극적인 전개가 없어도 계속 보게 됩니다.
실제로 보는 내내 특별한 사건이 없는 에피소드에서도 손을 놓지 못했는데, 저도 처음에는 그 이유를 몰랐다가 나중에야 깨달았습니다. 두 사람의 감정 변화 하나하나가 너무 자연스러워서 다음 장면이 궁금해지는 방식이었습니다.
중국 로맨스 드라마 시장에서 청춘물 장르는 꾸준히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실제로 중국 영상 스트리밍 플랫폼 아이치이(iQIYI)의 통계에 따르면 로맨스 장르는 드라마 전체 시청 시간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 중 청춘·성장 로맨스가 최근 수년 사이 특히 두드러진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출처: iQIYI Investor Relations). 투투장부주 역시 그 흐름 위에 있는 작품입니다.
다만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 드라마가 모든 분께 맞지는 않습니다. 빠른 전개와 사건 중심의 이야기를 선호하신다면 초반부가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또한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설정 자체에서 오는 호불호도 분명히 있습니다. 넷플릭스에서 '너를 좋아해'라는 제목으로 서비스 중이니(출처: Netflix), 1~2화 정도만 먼저 보고 본인 취향에 맞는지 확인해 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반면 짝사랑의 간질거림, 감정이 천천히 무르익는 과정, 그리고 첫사랑 특유의 애틋함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이 드라마는 취향 저격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저도 그런 쪽이라 보는 내내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질 않았습니다.
투투장부주는 완벽한 로맨스 드라마라기보다, 짝사랑이 사랑으로 바뀌는 순간의 감정을 가장 예쁘게 담아낸 드라마라고 생각합니다. 보고 나서도 한동안 그 간질간질한 감정이 남는 작품입니다. 주변에서 중국드라마를 추천해달라는 말이 나올 때마다 저도 이제는 이 작품을 첫 번째로 꺼내게 될 것 같습니다.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수년째 이 드라마를 추천 리스트에서 빼지 않았는지, 직접 보고 나서야 완전히 이해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