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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드라마 '허아요안' (조로사, 진위정, 도시로맨스)

by gromit_in 2026. 5. 2.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조로사가 주연이라고 해서 가볍고 달달한 도시 로맨스를 기대했는데, 막상 보고 나니 머릿속에 남은 건 설레는 장면보다 "이 여자, 어디까지 버틸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었습니다. 거짓말로 시작된 결혼, 그 안에서 균열을 마주하는 여주의 이야기. 생각보다 훨씬 묵직했습니다.

 

 

 

쉬옌이라는 인물, 어떻게 읽어야 할까

허아요안의 여주 쉬옌을 처음 봤을 때, 저는 그녀를 단순한 야망녀로 읽을 뻔했습니다. 명문대 졸업 후 방송국에 입사해 뉴스 앵커를 꿈꾸고, 원하는 남자를 얻기 위해 거짓말까지 동원하는 인물이니까요. 그런데 조금 더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쉬옌은 태어나자마자 심장병을 이유로 부모에게 버려졌고, 할머니 손에서 자랐습니다. 18살이 되자마자 스스로 이름을 바꿨는데, 부모의 성 대신 할머니의 성을 따른 것입니다. 이름 하나에 그녀의 서사 전체가 담겨 있다고 저는 느꼈습니다. 이런 배경을 알고 나면, 그녀의 거짓말이 단순한 욕망이 아니라 오랫동안 혼자 버텨온 사람의 방어 기제처럼 보이기 시작합니다.

캐릭터 아크란 드라마가 진행되면서 인물이 내면적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뜻합니다. 쉬옌의 캐릭터 아크는 꽤 선명한 편입니다. 처음엔 살아남기 위해 위장하고, 나중엔 그 위장이 균열을 만들고, 결국 자기 삶을 스스로 정리하는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저는 이 흐름이 로맨스보다 오히려 성장 서사에 가깝다고 느꼈습니다.

조로사 배우 특유의 밝고 사랑스러운 이미지를 기대한 분들에게는 초반이 좀 낯설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저도 처음에는 "이게 맞나?" 싶었거든요.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조로사가 커리어우먼 캐릭터를 얼마나 자연스럽게 소화하는지 보이기 시작했고, 메이크업도 초반의 물광 스타일에서 점점 자연스러운 방향으로 바뀌면서 인물 자체와 잘 어우러졌습니다.

 

션하오밍과의 케미, 달달함 뒤에 숨은 것

진위정이 연기한 션하오밍은 처음부터 심상치 않은 인물입니다. 식물 브랜드 대표로 위장하고 있었지만 실은 진다 그룹의 부사장이었고, 쉬옌이 섭외 목적으로 접근한 것도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아가베에 대한 쉬옌의 대답에 진심으로 감동받아 채용을 결정합니다. 이 장면이 저는 꽤 좋았습니다. 계산적인 사람이 뜻밖의 진심에 무너지는 순간이잖아요.

두 사람의 케미는 보통 로맨스 드라마처럼 "처음 보자마자 설렘"이 아니라 서로를 조금씩 알아가는 방식으로 쌓입니다. 진위정 배우는 어떤 각도에서 봐도 카리스마가 넘치는데, 가끔 완전히 허당처럼 보이는 순간들이 있어서 그게 오히려 더 매력적이었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이중적인 매력을 가진 캐릭터가 장기적으로 더 기억에 남더라고요.

아가베(agave)는 수십 년에 걸쳐 에너지를 축적하고 딱 한 번 꽃을 피운 뒤 죽는 식물입니다. 드라마 안에서 아가베는 단순한 소품이 아니라 두 사람의 관계를 상징하는 오브제로 쓰입니다. 오브제란 특정 의미나 상징을 담기 위해 의도적으로 배치된 사물을 뜻합니다. "설사 큰 대가를 치르더라도 후회하지 않겠다"는 하오밍의 대사는 이 맥락에서 나오는데, 솔직히 이 장면에서는 저도 모르게 몰입했습니다.

다만 두 사람의 관계가 깊어질수록 계층적 배경과 가치관 차이가 선명해지고, 사랑만으로는 해소되지 않는 현실적인 갈등이 드러납니다. 이 점이 오히려 현실적으로 느껴졌지만, 달달한 로맨스를 기대하신 분들에게는 분위기가 무겁게 다가올 수 있다는 점도 솔직하게 말씀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거짓말의 무게, 이 드라마가 실제로 묻는 것

허아요안의 갈등 구조는 꽤 촘촘합니다. 쉬옌이 하오밍 집안에 맞추기 위해 부모님 대역을 고용하고, 해외 근무 중이라는 설정까지 만들어 상견례를 치르는 장면은 보는 내내 긴장됩니다. 이런 설정이 현실에서 가능하냐고 물으신다면, 저는 "설정의 개연성보다 그 심리를 읽는 재미"가 이 드라마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계층 간 결혼에서 발생하는 심리적 압박은 실제로 연구로도 검토된 주제입니다. 출처: 한국학술정보(RISS)에 따르면 결혼 만족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사회경제적 배경의 유사성은 장기적인 관계 안정성과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보인다는 연구들이 존재합니다. 드라마가 과장된 설정을 쓰고 있지만, 그 심리적 근거는 실제 현실에 닿아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 드라마에서 거짓말이 탄로 나는 방식과 그 이후 두 사람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는 제가 가장 집중해서 본 부분입니다. 매 회차마다 "이번에 들키나?" 하면서 정주행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습니다. 서브 빌런이라는 요소도 중요한데, 서브 빌런이란 주요 악역 외에 서사 곳곳에서 갈등을 일으키는 조연 캐릭터를 뜻합니다. 예상치 못한 인물이 후반부에 빌런으로 등장하는 구조가 지루할 틈을 없애 줬습니다. 팡레이 캐릭터는 마지막까지도 "설마 이 사람이?" 싶었으니까요.

이 드라마를 보면서 저는 자꾸 이런 질문을 하게 됐습니다. 쉬옌의 선택을 당당한 생존 전략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관계의 토대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행동으로 볼 것인가. 어느 쪽으로 읽느냐에 따라 이 드라마의 인상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그리고 그게 바로 이 작품이 단순한 로맨스에 머물지 않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조로사와 진위정, 이 조합이 가능했던 이유

방영 전부터 조로사 배우의 건강 이슈와 소속사 분쟁으로 말이 많았던 작품이라, 완결 시점에 맞춰 바로 시청했습니다. 그 전에 조로사 배우를 처음 알게 된 건 다른 작품에서였는데, 그때부터 누구와 붙여놔도 이질감이 없다는 인상을 받았거든요. 허아요안에서도 그 인상은 그대로였습니다.

이번 작품에서 조로사가 보여준 변화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1. 기존의 밝고 발랄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커리어우먼 캐릭터를 소화하며 성숙한 분위기를 보여줬습니다.
  2. 초반의 과한 물광 메이크업이 후반으로 갈수록 자연스럽게 조정되면서 캐릭터와의 싱크율이 높아졌습니다.
  3. 코믹한 장면에서도 웃음기를 완전히 빼고 뻔뻔하게 소화하는 연기력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특히 코스프레 장면은 진위정 배우 아니면 절대 버티기 어려웠을 텐데, 두 사람이 같이 해내는 게 신기할 정도였습니다.
  4. 쉬옌이라는 인물이 가진 내면의 상처와 방어적 태도를 과장 없이 표현하면서도 감정선이 끊기지 않았습니다.

진위정 배우는 각도 미남이라는 말이 딱 맞는 배우입니다. 카리스마 있는 장면과 허당처럼 보이는 장면 사이의 낙차가 꽤 크고, 그 낙차가 캐릭터를 더 입체적으로 만들어 줬습니다.

만붕 배우와 당효천 배우의 서브스토리도 나름의 완성도가 있었고, 오랜만에 범세기 배우를 만난 것도 반가웠습니다. 메인 커플만큼은 아니더라도 서브 라인이 전체 서사를 받쳐주는 역할을 충실히 했습니다.

허아요안은 달달한 로맨스를 기대하고 들어가면 조금 당황할 수 있는 드라마입니다. 하지만 여주가 거짓말의 무게를 온몸으로 감당하면서 자기 삶을 다시 세우는 과정을 끝까지 따라가다 보면, 로맨스 이상의 무언가를 얻게 됩니다. 조로사와 진위정의 조합이 궁금하신 분, 또는 성장 서사 안에 로맨스가 녹아 있는 드라마를 찾고 계신 분이라면 정주행을 추천드립니다. 웨이브, 티빙에서 시청 가능합니다.


참고:https://www.youtube.com/watch?v=dnvK5AgNm9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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